인물탐방우리들의 주변이야기, 이렇게하면 어떨까요?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알려 드립니다.

패션양말 판도 흔든 '월요병 고민러'…글로벌 팬층 구축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월요일을 정말 '헤이트(hate)' 했죠."

인터뷰 시작부터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ihatemonday)'의 작명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했다. 지극히 직관적이고 어지간하면 잊기 힘들 이름이다. '월요병이 얼마나 심각했으면…'이란 생각이 들면서 인터뷰 상대를 다시 쳐다보게 됐다.

홍정미 아이헤이트먼데이 대표 (카페24 제공)

지난 2011년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창업한 홍정미 대표. 대표 아이템인 패션 양말을 인터뷰 테이블에 꺼내 놓는 중에도 '월요병 문제' 논하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양말은 비 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디자인이 범상치 않다. 미국에서도 찾는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 양말과 월요병의 상관 관계는 창업 전인 십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대표는 패션기업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역시나 월요병이 남들보다 유독 심했다고.

"월요병의 힘겨움은 일요일부터 본격화 돼요. 출퇴근 지하철과 각종 업무 모습이 연상되죠. 우울감과 불면으로 보내는 일요일을 쉼의 주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삶이 이어지던 가운데 위안이 되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주위에서 믿기 어렵다고 했지만 바로 양말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말 그대로 '운명적 만남'이었다. 일본 출장 중 눈에 들어온 파란색 양말을 신으며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귀엽고 예쁜 그 양말을 신고 출근하겠다고 생각하니 과장을 약간 더해서 월요일이 두렵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새 패션 양말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하지만 백화점의 고급과 시장의 저가로 양분된 국내 양말 시장에서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취미였다. 지금보다 패션 콘셉트의 다양성이 부족했고, 홍 대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이른바 '희귀템'이었다. 패션 리더들 사이에서도 양말이 패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미미했었다. 예쁜 양말을 직접 만들라는 명령이 스스로에게서 떨어졌다.

회사를 나와 창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머릿속에 굴려왔던 디자인 주제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려 어떻게든 밖으로 꺼내놓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국내 양말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문법을 써내려 갔다. 다른 의류처럼 양말에도 스토레텔링을 입힌 것이 대표적 시도다.

"엄청 튀는 양말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오히려 '절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옷에 스며들 듯이 어울리는 단순함 속에 '위로'와 '따스함'을 담는 거죠. 길 모퉁이의 작은 가게나 방금 옆을 스친 아이의 모자, 낯선 동네의 골목 풍경 등의 일상 모두 양말의 디자인 소재가 될 수 있어요. "

절제의 미학은 갖가지 디자인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홍 대표가 인터뷰 중 꺼내 든 양말은 기본 줄무늬 디자인이지만 자세히 보면 양쪽의 줄 간격이 미묘하게 다른 짝짝이다. 양말 3짝을 한 켤레로 설정한 사례도 있다. 한 짝을 분실 혹은 훼손해도 더 신을 수 있게 한 아이디어였다.

창업 극 초반부터 단골들의 충성도는 꽤나 높았다. 대대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몇몇 사이에서는 '신기한 브랜드'라는 입 소문이 퍼졌다. 월요일을 즐겁게 하자는 콘셉트는 주목을 얻고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서 나온 효과는 홍 대표의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창업 5개월만에 이니스프리의 제안을 받아 컬래버레이션을 열었다. 기존보다 몇 만 배의 물량을 생산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컬래버레이션은 계속 이어져서 지금까지 협업한 브랜드가 삼성전자, 기아, 펭수 등 300여곳에 달한다.

아이헤이트먼데이 홈페이지 캡쳐 (카페24 제공)

한국에서 이슈몰이에 성공했으니 해외 바이어에게 포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프랑스와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유명 매장에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이 올랐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아이템이다. 카페24로 구축한 자사 쇼핑몰(D2C, Direct to Consumer)은 특색 갖춘 콘텐츠로 채워졌다.

"글로벌 양말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경쟁력이 유독 높아요. 그들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특별함이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수 있죠."

홍 대표는 과연 월요병에서 벗어났을까. 참았던 질문을 결국 인터뷰 말미에 던지자 웃음기의 손사래를 쳤다. 브랜드 대표 역시 직장인이기에 월요일이 만만하지는 않다고. 그래서 더욱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지론이 더 확고해졌다는 설명.

"여전히 월요일이 싫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마저 이길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을 더욱 만들어야겠죠. 저처럼 초록색 줄무늬 두 겹 새 양말을 신는 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사람들 저마다 웃기 위한 무언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 0 %
목록